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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적도문학상 시부문 <심사평> / 공광규 시인

2,624 2019.04.27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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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적도문학상 시부문 <심사평> / 공광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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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광규 시인 - 문학박사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성인과 학생 및 청년, 그리고 인도네시아인들이 투고한 시편을 읽어가면서 적도의 기후와 산림, 그곳에 이주하여 사는 분들의 생활과 감정을 시를 통해 공유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적도문학상 심사를 대하는 귀한 인연에 감사드린다. 우리 사회와 세계가 이처럼 격돌하고 분열하는 것은 사람 사이에 공감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집단이나 개인 간 공감능력을 키우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것은 이렇게 시를 읽고 쓰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최종심에 올라온 작품 가운데 이태건 님의 <바띡론 4-채송화>를 대상으로 뽑았다.

화자가 살고 있는 반둥 집 뜰에 피어있는 채송화에서 어린 시절 고향집 장독대에 피어있던 채송화를 떠올린다. 현재와 과거의 경험을 교차시키면서 채송화에 대한 기억을 묘사하는 것이 일품이다. 채송화는 “내 새끼 내 자식 보듬”는 모성을 은유한다.

“인도네시아 땅에선 어디서나/ 채송화를 닮은 여인들이 갈증을 견디며/ 바띡을 짓고 있”는 데, 이는 자식들이 독수리가 되어 날아가는 문양과 닮았다. 자식들이 세상 높이 날아오르기를 바라는 모성의 보편성을 반둥과 어머니의 고향인 전라도, 인도네시아 여인과 어머니를 병치시키면서 시를 진술하고 있는 시적 진술 능력이 돋보인다.

방성욱 님의 여러 시편 가운데 <사랑니>를 최우수상으로 정했다. 사랑니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비유한다. 사랑니는 평소에는 관심을 두지 않다가 아플 때만 관심을 둔다. 이런 생활 일상의 보편 현상을 사랑으로 치환하는 시적 능력이 보인다. 다른 여러 편의 시편에서도 문장의 저력이 보인다. 우수상으로 강인수 님의 <자카르타특별시>와 송석인 님의 <산다는 것-노인을 위한 변명>을 뽑았다. 강인수 님의 시는 자카르타의 풍경과 인사가 고스란히 전달된다. 아우성치는 기도소리와 가난, 뜨거운 태양, 하루 한 차례 쏟아지는 비, 자무 파는 여인 등의 정보를 통해 자카르타의 특성을 감자할 수 있다. 송석인 님은 한 사람이 노인이 될 때까지의 다사다난한 사건을 사실적으로 그려놓았다. 호흡이 긴 여러 편의 원고를 보냈는데, 문장의 저력이 보인다.

장려상은 한화경 님의 <내년 겨울은 괜찮겠죠?>와 신정화 님의 <붉은 땅>을 뽑았다. 한화경 님의 시의 주제는 그리움이다. 인도네시아에 와서 살기 전에는 추운 겨울에 따뜻한 나라로 여행을 가는 것을 너무 부러워하였는데, 막상 따뜻한 나라에 와서 살다가 겨울을 그리워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신정화 님은 초록의 어머니는 붉은 적도의 대지이고 붉은 꽃은 대지가 핏덩어리를 토해낸 것이라고 비유한다. 대지의 강렬한 모성을 암시하고 있다. 성인부의 특별상으로 롤리타 님의 시 <소확행>을 뽑았다.

시에 다람쥐가 쳇바퀴 돌듯 하는 보통 사람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표현도 늘어지지 않고 박력이 있다. 시의 면모를 여실히 갖추었다는 말이다. 거기다 깨달음까지 있다. 다른 시 <서서히>도 사유와 진술방식이 시적이다.

학생 및 청소년부의 최우수상으로 누르 샤피트리 님의 <아름다운 서울 도시의 이야기>를 뽑았다. 서울의 불빛과 달, 별, 하늘 등 자연 풍경과 시인의 그립고 외로운 심경을 단정한 문장으로 잘 드러내고 있다. 표현 속에 시인의 생각과 기원도 적절하게 잘 담아내고 있다. 다른 시 <제주바다>도 문장이 단정하고 정갈하다. 학생부 우수작으로 박현서 님의 <로봇>을 뽑았다. 박현서 님의 시는 누군가의 말에 순종하고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로봇이 아닌 “나는 사람이고 싶다”는 절규가 있다. 결국은 화자 자신이 학교라는 제도에 의해 조정되고 움직이는 로봇이라는 비유다, 제도에 대한 강력한 비유적 비판이 있다.

장려상으로는 베르타니아 님의 <공상>과 박헌수 님의 <바퀴벌레>를 뽑았다. <공상>은 “내가 한국에 살면 어떻게 될까?”라는 가정으로 시작한다. 가족과 멀리 떨어져 사는 문제, 혼자 사는 문제를 상상하고 질문을 한다. 그럼에도 이런 힘든 경험이 나중에는 좋은 기억이 될 것이라고 긍정한다. 박헌수 님의 시에는 바퀴벌레의 생물학적 특성과 기원을 설정한 뒤, 시인의 마음을 투영시킨다. 오래된 시적 방법이다. 바퀴벌레와 같은 끈질긴 생명력으로 힘든 세상을 견디고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아쉽게도 심사평에 오르지 못한 분들의 시도 장려상으로 뽑을 만한 것들이 많았다. 강준만, 김순호, 김현중. 임두희, 오원진, 사피라 데위, 파라, 으이스, 알룰 라이안, 본니, 몰리디아, 무함맛, 김강희, 김현우, 김지호, 김혜민, 송나영, 이찬희, 이하얀, 정규현, 하관수, 하누리, 허현성 님의 시들도 자세히 읽었다. 내년 제4회 응모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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