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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규 시인 계간 『문장』 2018년 신인상 수상

4,740 2018.05.03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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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을 따뜻한 시선, 종심(從心)의 시인 김준규


글: 김주명(롬복시인)


김준규 시인은 발병가다. 그의 특별한 이력에서 그는 이미 사물에서 시가 되는 변곡점을 스스로 찾아내는 감각을 숨기지 않는다. 그러면서 그의 시는 맑다.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따뜻하고 사유는 투명하다. 계간 「문장」에서 박윤배 시인은 심사평을 통해 모든 예술이란 무릇 기존의 형식에 반기를 드는데 미학적 가치를 지닌다고 평했다. 사물이 보여주는 그 너머의 본질에서 시인의 심저에 있는 분노와 우울, 고통을 찾아 카타르시스를 은유로 이야기할 줄 알아야 진짜 시인이 된다고 말했다. 시인이 직접 뽑은 한 편의 시를 감상 해 보자.


시는 은유로 말한다. 은유는 숨기는 것이다. 즉 숨기면서 말하는 것이 ‘시’라는 예술 장르의 가장 큰 특징이다. 「밤에 온 손님」이 그러하다. ‘밤’이란 존재는 ‘하루’를 전재로 존재한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아침’을 수반하게 된다. ‘등이 굽은 하루’에서 우리 삶의 고단함이 묻어난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내일을 여는 아침이 있어 살만하다. 그리고 화자는 어느새 착한 머슴이 되어 이 삶의 파편들을 수습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불쑥 하얀 백지를 내민다. 아침마다 새롭게 피어나는 하얀 백지에 무엇을 그리고 무엇을 채울 것인지, 시인은 근원적 물음을 남긴 채 아침처럼 자리를 떠나고 없다. 아직 김준규 시인은 ‘시인’이라는 호칭이 낯설다. 그도 그럴 것이 발명가로, 사업가로 40여년 살아온 삶의 방식 때문일 것이다. 그런 그가 시인으로 등단을 하였다. 발명과 시는 일맥상통 한다고 앞에서도 언급하였다. 사물을 대하는 발명이 실용과 실리를 추구한다면, 김준규 시인은 이미 자신의 실용과 실리를 몸에 익히고 있어서 그 형식에다 이미지와 사유를 대치할 때 이는 시로서도 운용이 된다는 것을 진즉 깨치고 있었다.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는 시인이다.


  ‘종심의 시인, 김준규’는 시를 배운 적도 없는 시인이다. 몸으로 익히며 써내려간 김준규 시인의 시는 간결하고 맑다. 말을 아끼는 마무리와 일상적 언어로 사유를 끌어내는 시의 호흡 또한 일품이다. 어떤 상처도 아픔도 시랑으로 치유하며 이미지로 만들어 내는 노련함도 볼 수 있다. 이제 그가 쏟아내는 언어들은 어떤 형식과 틀에도 구애 받음 없이 시인의 종심을 따라 우리 삶을 변주 해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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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온 손님

                                                                            김준규

등이 굽은 하루

아직 기력이 남아 있나

허리 펴고 설 무렵 석양을 배웅 하듯

안개처럼 살며시 찾아온 손


사노라 쌓인 먼지

씻어 내어 보듬고

촉촉한 얼굴 검은 마스크로 덮어

상쾌한 아침을 맞게 한다


험한 세상 보느라 충혈 된 눈 감싸 안고

귀 열어 듣던 모진 말

따뜻한 솜을 대어 귀를 막는다


쓰나미가 쓸고 간 황량한 들판

깨지고 흐트러진 생의 조각들

삼태기를 들고 나온 착한 머슴


시작을 알리는 아침

머물던 자리는

하얀 백지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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