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문 특별상 (자카르타 한국국제학교장상) 수상작

오래된 연인

헤를린다 ( Herlinda Yuniasti )

풋풋한 사랑을 하고 있는 소녀처럼

그와 같이 있으면 두근거림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내가 가진 사랑이 너무나도 많으며

그가 나에게 준 사랑은 아주 특별했습니다

서울, 2013년 9월 초

내 나이는 21살때였습니다

평소처럼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서자

시원한 바람과 함께 그는 나를 맞았습니다

그는 이미 집 앞에 서 있었습니다

“안녕!”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가을이란 아름다운 이름으로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리고 만나자고 고백을 했습니다

그는 매일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디 가든 함께 가준 그는 어느새 내 마음을 훔쳤습니다

그는 이제 내 인생에 없으면 안되는 존재 중에 하나입니다.

옆에 있으면 편하고 불안함이 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영원한 것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그는 점점 차가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의 모습에 낙엽도 많이 쌓였습니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11월 말쯤에 그는 떠나버렸습니다

가을, 그리운 한국의 가을, 나의 오래된 연인!

짧은 순간에 나를 행복하게 외롭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5년이 지난 지금도 앞으로 다시 만나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그때가 되어도 변함없이 따뜻하게 나를 맞이해 주겠지요.

수상소감 / 헤를린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한국 가을의 오래된 연인인 헤를린다 유니아쓰띠입니다.

한국 소설, 시, 수필, 영화, 그리고 음악, 여러가지 문학작품을 즐겨 좋아하는 것뿐인데 이렇게 깊고 영광스러운 특별상을 수상하게 되어서 정말 기쁘고 감사합니다. 

이 상은 제가 개인적으로  받는 것이 아닙니다. 늘 에너지를 주셨던 제 부모님과 저에게 한국을 소개해주시고 가르쳐주신 선생님들에게 오늘의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안 계시면 저는 벌써 한국어 공부를 포기한 것 같습니다. 

'가나다라'를 처음 배웠을 때, 7년 전의 생각이 드네요. 피곤할 때 한국 노래 틀어 놓고 잠깐 눈을 감을 때가 많았습니다. 책과 영상에서만 보던 한국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언젠가는 가겠지"라는 생각 덕분에 한국어를 더 열심히 배웠던 것 같습니다. 힘들 때나 슬플 때, 행복할 때, 평소에 한국문학작품을 즐깁니다. 그리고 어느새 오늘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은 정말 꿈만 같았습니다. 

제2회 적도문학상을 주관한 한국문인협회 인도네시아지부, 그리고 특별상을 주신 자카르타 한국국제학교에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한국에 대한 정을 표현할 수 있어서 매우 기쁩니다. 한국에 대해 문학작품으로 표현한다면 하나의 시, 하나의 수필 또는 하나의 소설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큰 경험을 얻는만큼 이 상은 제 첫걸음으로 생각해서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습니다.  한국문학도 계속 만들고 즐기고 또 사랑을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